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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기계개발부 공학박사 연구원 양동호 동문
  • 관리자 | 2017.02.21 16:48 | 조회 3483

    '소음과 진동' 주제로 SCI급 논문 JSV 등재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입력 : 2017.01.16 16:33           
           

    살다 보면 기회가 온다. 어떤 이들은 그걸 잘 모르고 지나치고 또 어떤 이들은 알고도 지레짐작 겁먹고 포기한다. 그런데 꼭 비범하지 않아도 기회를 스스로 움켜쥐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활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이가 있다.

    양동호 현대엘리베이터 주임연구원(33)은 짧은 유년기에서 2가지 사건을 기억한다. 첫째는 2002년 겨울 큰누나의 대학 졸업식 날이다. 교원대학을 마치고 교사를 준비하던 누나의 졸업을 축하하려 전 가족이 나섰는데 그날 대학교에서 ROTC(학군장교) 후보생들의 졸업과 제복에 시선을 빼앗겼다.

    "안산에서 구김 없이 자랐어요. 위로 누나가 셋이고, 고깃집 막내아들이라 학업이나 생계에 큰 부담이 없었죠. 공부에 취미가 없어서 공업고등학교로 진학해서 2학년까지 마치고 3학년 실습을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큰누나 졸업식에서 본 제복이 너무너무 입고 싶었죠."

    누나를 졸랐지만 이미 공고로 진학한 터라 ROTC는 불가능하다며 핀잔만 들었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안산에서 대전으로 교사발령을 받아 떠나던 누나를 따라나섰다. 대전에서 직업 실습을 하면서 교사인 누나에게 '주경야독' 의지로 대학에 진학해보겠다고 한 것이다.



    ↑ 양동호 현대엘리베이터 기계 개발부(주임) 공학박사 연구원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두 번째 사건은 2007년 대학 연구실의 기억이다. 미친 듯이 공부해서 들어간 대학(동국대 기계공학과)에서 원없이 1년간 대학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보니 2학기 평균 학점은 0.3~0.4점에 머물렀단다.

    "ROTC는 이미 포기했고 도피하듯이 군대에 가서 2년간 구르다 복학을 했어요.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은 오르질 않았어요. '아, 나는 안되는 것이고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하는 곳에 왔구나'하며 좌절했죠. 그래서 학년 지도교수님을 찾아가서 자퇴하겠다고 했어요."

    그날 좌절한 공학도의 마음을 돌이킨 것은 곽문규 교수(59·공과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였다. 곽 교수는 공고생이 특례전형으로 어렵게 대학에 와서 학업에 뒤처지다가 포기하는 사례를 몇 번이나 지켜본 터라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포기를 잠시 미루고 연구실에 매일 나와서 1대1로 공부를 새롭게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혼자는 죽어도 못하겠더니 교수님과 매일 문답식으로 배우는 게 정말 즐겁더라고요. 이전까지 제게 공부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그저 달달 외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죠. 특히 기본을 배우고 나서 고학년부터는 대학원 연구 프로젝트를 맡기 시작해서 실용적 쓰임새가 명확했어요."

    ↑ 양동호 연구원이 소음과 진동에 관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양동호 연구원이 소음과 진동에 관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석사 과정에 진학한 이후 양 연구원이 주목한 과제는 기계의 소음과 진동에 관한 것이다. 대학원에서 그는 현대차그룹이 발주한 '제네시스급 대형차의 엔진 진동저감기술'을 연구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독일이나 일본 글로벌업체의 프리미엄급 차량을 따라잡기 위해 꼭 달성해야 할 과제였다.

    2015년 박사학위를 받은 양 연구원의 학문에 주목한 기업이 바로 지금의 현대엘리베이터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오티스나 미쓰비시, 쉰들러 같은 글로벌 기업을 상대하며 경쟁력을 가지려면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에 필요한 엘리베이터를 만들면서도 승객이 전혀 불안하지 않도록 소음과 진동을 잡아야 해서다.

    양 연구원과 현대엘리베이터 연구진은 최근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로프 스웨이(승강기 로프의 흔들림)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 연구저널인 JSV(Journal of Sound and Vibration)에 등재했다. 이는 관련 연구성과를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으로 인정받은 쾌거로 평가된다.

    "일본은 지진이 잦아서 우리보다 20년 일찍 이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지진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지 않잖아요. 정부나 당국도 새로 짓는 건물들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하도록 요구해서 이 기술이 반드시 필요해요. 현대엘리베이터와 연구진이 격차를 따라잡는데 전력하고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부모님도 대견해하시고 저 스스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아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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