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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정치 뉴리더]④ 박원석 정의당 의원, 경제통 시민운동가
  • 관리자 | 2015.08.24 09:40 | 조회 2397

    "시민운동 출신들, 제1야당 안에서 독립적 블록 못 만들어"

         
    박원석 정의당 의원/사진=남강호 기자


                    그는 말이 빠르다. 토론할 때 더 빨라진다. 첨예한 논쟁이라도 목소리는 커지지 않는다. 원래 또렷한 목소리가 더 또렷해질 뿐이다. 지난 7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 도중 사회복지세 등 세금문제와 경제민주화 같은 경제 현안에 답할 때, 그는 보통 사람의 두 배쯤 되는 속도로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박원석 의원은 1994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들어간 참여연대에서 말단 상근자로 시작해 시민권리국장, 사회인권국장을 거쳐 협동사무처장을 지냈다. 오랜 시민운동 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후에야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386세대 정치인들이 학생운동 지도부로 20대부터 정치적으로 주목받고 30대에 의원이 된 뒤 벌써 중진 반열에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 "소득세 법인세 등 5개 직접세에 부가세(sur-tax) 방식 사회복지세 걷자"


    [3040 정치 뉴리더]④ 박원석 정의당 의원, 경제통 시민운동가                                                                
                     박 의원은 지난 2013년 6월,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 등 5개 직접세에 대해 부가세(sur-tax, 다른 조세에 일정률을 부과하는 것) 방식으로 사회복지세를 걷자는 사회복지세법을 제출했다. 사회복지세는 거둔 세금을 사회복지에만 쓰게 하는 목적세다. 박 의원은 "증세가 필요한데 지난번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올리는 방식 같은 꼼수 증세 말고, 소득세와 법인세 등 여러가지 직접세를 함께 올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이 정부는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증세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인가. 사회복지세를 주장하고 있는데 설명해달라.

    "모든 세금은 아니고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및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같은 5개 직접세에 대해 하자는 것이다. 목적세라서 사회복지에만 쓰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 중에서도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도 논의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문제라면 그 대책에만 쓰자고 합의할 수도 있다. 목적세는 내가 낸 세금이 그 목적대로 돌아오니까 세금에 대한 투명성, 신뢰성이 높다."

    -몇 % 정도를 생각하는가.

    "세율이나 부과대상은 처음에는 좁게 설정해서 나중에 늘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부가세(sur-tax) 세율은 10%로 하고 부과 대상도 처음에는 고소득층과 고액자산가, 매출 일정액 이상의 대기업에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과세 대상을 넓히는 것으로 설계했다. 처음에는 11조원 정도의 세수확대 효과가 있고 나중에는 최대 18조원 한도까지로 생각한다."

    박 의원은 세금 이야기를 하는 내내 자신이 넘쳤다. 그는 올해 초에 있었던 연말정산 파동 당시 유행했던 세금폭탄론을 무기로 정부여당을 공격한 새정치연합과 언론에 대한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조세저항이 있지 않겠나.

    "없지 않을 것이다. 그건 비과세 감면이나 연말정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세저항을 우려하면 아무 것도 못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노무현 정부 때 만들었다가 언론에서 세금폭탄이라고 맹공격하는 바람에 훨씬 약해져서 유명무실화 됐다. 당시 종부세를 안 내는 사람도 저항하는 신기한 현상이었다. 조세저항은 그런 거다."

    -종부세는 시기를 잘못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증세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내야 한다는 식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냉정하게 애기하면 (종부세는) 이미 죽어서 다시 못 살린다. 과표 기준을 9억원 이상으로 올렸는데 이를 다시 내릴 수 있겠나. 다시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미 국민들에게는 종부세가 나쁜 세금이라고 뇌리에 박혀 있다.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는데 프레임이 한번 만들어지면 바꾸기가 어렵다."

    -올해 초 연말정산 파동 때도 세금폭탄론이 많았다.

    "처음에 연급여 과표구간 3400만원 이상을 세금이 오르는 구간으로 했는데 중산층 세금폭탄, 월급쟁이 세금폭탄이라고 공격해서 1주일만에 5500만원 이상부터 오르게 바꿨다. 물론 (소득) 5500만원 이하는 세금이 별로 안 늘어나고 5500만원 이상만 늘어날 것으로 설명한 정부 잘못이다. 각자 계산으로는 5500만원 이하에서도 세금이 오르는 사람이 꽤 있었다. 그런데 이건 정부가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 못해서 발생한 문제다. 연간 몇 십만원 더 내는 건 세금폭탄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허겁지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금 굉장히 기형적인 제도가 됐다. 오히려 면세점 이하자의 비율만 엄청 높였다. 정부가 그동안 계속 얘기했던 조세 원칙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그나마 정부가 일관성있게 세제개혁의 방향을 가져왔던 것이 면세점 이하인 사람 비율을 축소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일거에 10년 전으로 되돌리는 기형적 제도를 만들었다."

    ◆ "임금피크제, 민간에서 의미없다"..."노동시장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경제민주화 필요"

    인터뷰 주제가 정부가 추진중인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노동 문제로 옮겨가자 박 의원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그는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임금피크제' 대신 경제민주화가 노동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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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피크제가 일반 민간 영역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때까지 가는 사람은 공무원, 공공기관이나 소수의 관리직, 경영직, 블루칼라 중 현장 정규직만 일부 해당될 것이다. 그것 빼고는 거기까지 가는 사람도 없는데 그 임금을 깎으면서 그걸로 인해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질까. 허구적이다."

    -그렇지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 대한 지적이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우의 격차다. 정규직 노동자는 받아야할 것보다 더 많은 몫을 받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전에 산업과 기업의 양극화가 훨씬 더 구조적 원인이다. 요즘 대학졸업 후에 중소기업에는 안 가려고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라고 다 악덕 업주라서 임금을 낮게 주고 소모품으로 사람을 쓰려고 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그럴 여력이 안 된다. 노동시장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볼 문제가 아니다. 산업간, 기업간의 양극화가 파생시키는 문제다.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대기업 정규직이 처우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 않나.

    "정규직이 단체협약을 통해 비정규직이나 우리 노동시장의 평균적인 처우에 비해 높은 처우와 혜택을 누리는 것 맞다. 그러나 그건 현상이고 구조의 이면이다. 그것을 구조적인 것으로 보는 건 처방이 틀렸다. 있던 것마저도 없애서 하향 평준화시키거나 해체시키려는 것 아닌가.

    헌법이나 노동법은 노동3권을 인정하고 거기 기초해서 노사간에 협약을 맺는다. 정부가 개입해서 단체협약을 이래라 저래라해서는 안 된다. 어찌보면 단체협약이 법보다 우선 적용되는 게 우리 민법 원리상 맞다. 근데 지금 단협 내용을 다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의 핵심은 단협 통제다. 지난번 1차 공공기관 정상화의 내용이 그거다. 그래서 경조사, 복리비 등이 다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압박하겠다는 거다. 거기도 정년연장이 예정돼 있으니까 거기 맞춰서 임금피크제를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시장 양극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우리의 오래된 당론이다. 노동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정규직 철폐'가 핵심적인 구호였다. 그런데 사실 우리 경제구조에서 아예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동일임금 동일노동처럼 실질적인 처우개선과 차별을 철폐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비정규직 같은 경우는 임금도 그렇고 사회보험도 그렇고 실질적인 차별이 현격하게 존재한다. 그런 차별을 없애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이를 없앤다면 그야말로 좋은 일자리를 선택적으로 택할 수 있는 비정규직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선진국은 그런 식으로 임금과 일자리의 차별이 없는 비정규직도 많다. 그래서 동일임금 동일노동 문제는 비정규직 철폐가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 해소의 핵심 이슈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반론으로 직무 구분이 명확히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물론 직무급제가 임금체계의 하나의 대안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됐다. 직무를 어떻게 구분하고 성과와 숙련도를 어떻게 측정할지에 대해 준비된 디테일이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대차와 같은 생산 벨트에서는 같은 노동을 하는데 한 쪽은 정규직이고 다른 한쪽은 사내하청이다. 이런 것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반쪽만 것이 정당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재 존재하는 차별의 대안으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다른 반론으로는 정규직과 임금이 같아지면 비정규직이 허드렛일만 하게 되고 노동 숙련도가 쌓이지 않아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남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건 말이 안되지 않나. 정말 단순노동에 대해서만 지금 비정규직이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당히 숙련된 노동을 요하는데까지 비정규직이 투여된다. 사내 하청이 대표적이다. 현실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의 문제가 있지 않나."

    ◆ "기업, 사회까지 지배하려 해"..."공정거래법-상법 다시 디자인해야"

    박 의원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결국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시장경제를 넘어서 '시장사회' 현상을 보이고 있고, 기업이 자본을 지배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를 지배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경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인 공정성과 정의가 실종된 것이고 거기서 여러 문제가 파생되는 것이다.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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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의 원인을 따져보면 세계 시장의 무한 경쟁이다.

    "언제까지 임금이나 하청단가를 후려치고, 정부로부터 감세 특혜를 받는 것으로 경쟁력을 유지할텐가. 그건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이 아니다. 그런 걸로 만들어진 경쟁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를 이끈다는 대기업과 우리 경제의 체질이 좀 바뀌어야 한다."

    -경제 체질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정부 정책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소기업을 육성한다고 오래 전부터 이야기 했는데 중소기업 육성책이 우리나라에 뭐가 있나. 거의 없다. 중소기업 육성한다, 창조경제한다면서 코넥스 시장을 만들었지만. 코넥스는 거의 망했다. 중소기업 정책, 산업 정책이 없다.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 정책의 초점은 다 재벌 대기업에 맞춰져 있다. 이런 정부의 정책적 편중과 무능력이 글로벌 경쟁력 떨어뜨리는 이유다."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규제가 너무 악인 것처럼 됐다. 정부가 규제하고 개입하지 않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란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성장률 목표치는 왜 정하고 추경편성은 왜 하나. 규제하고 개입하고 조정해야 한다. 여전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수십년간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편중됐고, 그 결과가 공정성과 정의를 상실한 시장경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왔다.

    "원하청간의 불공정거래 문제도 제도적으로 시정할 것이 많다. 지금은 중소기업들이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대응을 못한다. 그랬다가는 영원히 서플라이체인(일감 수주)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감시자 역할은 공정거래위원회, 정부가 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골목상권도 아주 심각하다. 없어지는 업종이 생긴다. 동네 서점은 참고서 파는 서점 몇 개만 남기고 거의 없어졌고 동네 제과점도 완전히 경쟁력을 잃었다. 파리바게트가 전국에 매장이 5000개쯤 된다는데, 제과협회에 가서 물어보니 제과점이 거의 반이 줄었고 나머지도 머지 않아 문 닫는다고 한다. 크린토피아 등 세탁 체인, 공장형 세탁소에 동네 세탁소가 휘말리기 일보직전이다. 이런 것들을 적합 업종으로 지정해서 골목경제를 살릴 규제들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좀 더 싸고 편리한 체인점에 만족하고 있지 않나.

    "소비자들은 싸고, 빠르고, 편한 것 위주였고 그런 점이 대기업이 골목시장 장악하는 배경이 됐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 인식도 변화가 점점 더 나타나고 있다. 대형마트가 벌크로 묶어서 파니까 싼 것처럼 보였는데 결코 싸지 않더라,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그런 것들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결국 공정성과 정의를 위해서는 하나씩 고쳐나갈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나씩 고쳐야겠지만, 큰 틀에서 제도를 다시 디자인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만해도 과거보다는 발전했지만 헛점이 많다. 그런 제도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상법도 마찬가지다. 한 축으로는 제도를 다시 디자인하고,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정부가 어떻게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느냐가 과제다."

    ◆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정치의 부재 느껴"

    "시민운동가이자 민주주의자가 내 정체성이다."

    박 의원은 "당신은 누구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이같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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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선명한 입장과 엄밀한 논거가 박 의원의 장점이다. 박 의원은 이 장점들을 참여연대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단련했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94년 창립멤버로 참여연대에 합류해 상근 활동을 하면서 통신요금 인하, 대학 등록금 인하, 학교 무상급식 추진 같은 서민생활에 밀접한 사안부터 재벌 개혁에 이르기까지 각종 경제 현안들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시민운동의 최전선에서 정치를 할 결심도 갖게 됐다. 그는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을 맡아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한가운데 섰다. 촛불집회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운집했고, 100일 넘게 지속됐다. 그러나 정치권은 문제해결 능력이 없었다.

    "100일 동안 촛불집회를 하면서 사람들은 100만명씩 모였는데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렇다고 혁명을 하자고 할 수도 없고. 나중에는 불안하고 답답했다. 그 이유를 촛불집회가 끝나고 복기해보니 '정치의 부재' 때문이었다. (촛불집회의) 중간 마침표는 결국 제도정치의 영역에서 뭔가를 결정하고 선택해서 내려지는 것인데 이 마침표가 없었다. 2008년 총선에서 대패한 직후라 야당은 무기력했고, 여당도 책임있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게 전혀 없었다."

    그는 "당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정치를 지나치게 상대화시키고 불신했던 것도 부분적으로 한 원인"이라고 반성한 뒤 정치에 직접 나설 것을 결심했다.

    "촛불집회를 돌이켜서 평가하고 성찰을 하면서 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바꾸는 데 있어서 정말로 정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 시민운동을 오래 했는데 진로를 바꿔서 정치 영역에서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걸 해봐야겠다, 그게 내가 의미있게 세상을 변화하시키는 데 기여하는 방법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 "정권교체, 2017~2018년 민주주의의 지상목표 아니다"

    박 의원은 다른 시민운동 출신 정치인과 달리 소수정당인 진보정당을 선택했다. 외로운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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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당을 선택한 이유는.

    "양당제 민주주의 외부에서 충격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충격은 제3당의 충격이고, 그게 2008년의 민주노동당이었고 2012년에 제가 진보정당을 선택한 이유다.

    역사적으로는 1987년 평민당 때부터, 새정치연합에 그동안 시민운동 출신들, 운동권 출신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수혈됐지만 그 수혈의 결과가 뭔가. 야당이 선거 때마다 직면한 위기를 수혈이라는 이름으로 보완하고 돌파한 수단이었다. 그 수혈의 결과가 그 당의 체질을 역사적으로 바꿔왔나. 못 바꿨다.

    정권교체가 2017년(총선), 2018년(대선)에 다가오는 정치일정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지상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권교체가 지상목표가 아니라면.

    "정권교체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정권교체보다 더 큰 목표가 있다. 그건 정치 그 자체를 바꾸는 '정치'교체다. 정권교체가 목표가 되고 나머지가 그것을 위한 수단이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정치개혁은 이루기 어렵다."

    -양당제의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민국 정당체제가 오랫동안 양당제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 양당제는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치 의식이나 또는 정치적 욕망, 정치적 선호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정당체제가 못 된다. 한국 사회에서 지난 수십년간 지역주의를 배경으로 양당을 중심으로 진행된 정치가 국민에게 어느 정도 만족을 주고 있나. 우리 국민들의 삶의 실질적인 향상에 얼마나 생산적으로 기여하는가."

    -그래도 양당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양당제는 그 사회의 중간층 이하의 서민이나 빈민에게 비극적인 정치다. 알맹이 없는 극한 갈등과 무모한 열정만 남게 되는 정치 구조가 아닌 한 사회의 다양성, 건강성을 유지시키고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생산적인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같이 한 표라도 이기면 끝이라는 다수제 민주주의가 아니라 합의제 민주주의로 가야한다."

    ◆ "시민운동 출신들, 제1야당 안에서 독립적 블록 못만들고 해체돼"

    박 의원은 함께 19대 국회에 진입한 시민운동 출신 의원들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시민운동 출신이 (제1야당에) 가장 많이 들어갔다. 최근 문재인 대표도 (19대 총선) 비례대표가 너무 시민운동 중심이어서 문제였다고 할 정도다. 2012년에 같이 시민운동을 하다가 들어간 동료의원들이 당시 거기 참여했던 대의와 명분에 비춰봐서 과연 그 대의와 명분이 아직 지켜지고 유지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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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는 시민정치포럼이라는 의원 모임이 있다. 시민운동 출신 의원들의 모임이다. 박 의원과 더불어 김기식, 이학영 의원이 공동대표이고 남인순 의원이 책임연구의원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국회에 시민운동 출신 의원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새정치연합은 또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서 외부인사들로 혁신 논의를 하고 있다. (19대 총선 앞둔) 그 당시 그 외부인사들 같던 사람이 지금 다 당에 있다. 그 분들이 의원이 되고 당에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저 정당은 또 혁신위를 만들어 공천제도를 논의하고 당의 혁신방안 논의할까. 그건 수혈과 영입으로 바꾸기에는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이 저 정당 내부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시민운동 주류의 영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과거처럼 그냥 제1야당으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의미있거나 독립적인 정치 블록을 구축하지도 못하고 결국 그냥 해체되고마는 그런 경험을 반복해선 안된다. 좀 더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변화시키기 위한 일, 대한민국 정당체제를 의미있게 변화시키는 일에 도전해주길 바란다."

    -국회 시민정치포럼을 같이 하는 의원들끼리는 평가를 같이 해봤나.

    "시민운동 출신들의 원내도전, 이른바 시민정치라고 하는 것의 현재적 위치와 이후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평가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다. 당이 다르고 의원 각각이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자기 활동이 있고 하니까. 우리가 모여서 워크샵을 할 때 그런 토론도 한 꼭지씩 했지만 이른바 시민정치라는 영역과 움직임이 그 자체로 현 제도 정치 내에서도 독립적이지 않다. 기존 정당 내부질서와 구분되면서 뭔가 독립된 목소리를 내고 독립된 시도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가할 게 크게 많지 않다."

    ◆ "문성근, 시민정치에 또 정권교체 명분 걸겠지만...끝나면 공허할 것"

    박 의원은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비판했다.

    "시민정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 말이 2012년 총선을 전후해서 '백만 민란'이나 '혁신과 통합' 때 생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그 전에 시민정치는 존재했다. 참여연대 같은 것이 권력감시 운동이면서 시민정치 운동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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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지만 2012년만의 특징이 있지 않나.

    "다만 2012년에 도드라진 것은 직접적으로 정당 정치 내부로 개혁의 시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조직으로 나타난 것에 2012년의 특성이 있었다. 2012년 혁신과 통합, 백만민란 그리고 요즘에는 문성근씨가 또 '시민의 날개'를 하는데 그런 일회용 이벤트는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 그리고 거기 또 정권교체의 명분을 걸겠지만 끝나고 공허할 수 있다.

    일상, 풀뿌리, 지역에서 시민정치 운동이 다양한 형태로 필요하다. 어떤 운동은 집요하게 정치권에 의제를 던지고, 또 어떤 운동은 정치를 감시할 수 있다. 어떤 운동은 풀뿌리 리더를 육성해서 제도권에 진입시킬 수 있다. 다양하다. 시민정치 운동을 특정한 이벤트로 좁게 규정하면 안 된다. 시민운동은 그 자체로서 고유성과 사회적 역할과 의미가 있다.

    시민운동과 정치의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 정치에 몸을 담고 있고 정치의 우선성을 주장하지만, 한 사회를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는 데서 시민운동의 역할이 없으면 어느 순간에 정치가 공허해질 수 있다. 같이 발전해야한다."

    ◆ "선거구 분구-야권연대...아직 판 안짜여, 열어놓고 생각한다"

    재선 이야기, 지역구 이야기로 주제를 옮기자 박 의원의 말이 느려졌다. 새정치연합으로 간 시민운동 출신 의원들과 양당제를 비판하던 그의 입에서 '야권연대'라는 단어가 나왔다. 소수정당을 둘러싼 냉정한 현실이다.

    [3040 정치 뉴리더]④ 박원석 정의당 의원, 경제통 시민운동가                                                                        
    -내년 총선 준비하면서 수원 영통에 지역사무소를 냈다. 지역구 현역 의원인 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과 직접 붙는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다.

    "그렇다. 하지만 선거구 분구 이슈도 있고, 야권연대도 있다. 아직 판이 안 짜여져서 모르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정치)공학을 걱정하면 머리가 너무 아프다. 공학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와 비전으로 경쟁력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지역에서는 어떤 식으로 활동하고 있나.

    "지역에 가서 인사하고 얼굴을 알린다. 무차별 접촉은 안하고 지역 사회의 여론 주도층을 중심으로 인사한다. 공공기관이나 학교에 들러서 교장, 교감 선생님들을 만나서 신고식 한다. 이제 교회나 성당, 사찰에 가려 한다."

    -그래도 우리사회에 진보세력에 대한 고정표가 있다.

    "민주노동당이 2008년 원내 입성할 때와 2012년 통합진보당이 지난 총선 때 받은 득표로 보면 최대 10%로 본다. 우리 국민의 10% 정도는 새정치연합과 다른 혁신적이고 현대적인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의 실패와 그 동안의 잦은 진보정당의 분당과 무기력으로 과거에 비해 이 10% 지지층이 이완된 것은 사실이지만 하기에 따라 결집시킬 수 있다."

    -10%는 만만치 않은 지지다.

    "국민 10%의 지지라는 것은 엄청난 것이다. 이게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도입된다면 원내 30석이 되는 것이고, 30석이면 교섭단체가 된다. 진보정당이 교섭단체가 되는 순간 대한민국 국회가 많이 바뀔 것이다."

    ◆ "내년 이후 총선과 대선 지나도 정의당은 정의당으로 존재할 것"


    [3040 정치 뉴리더]④ 박원석 정의당 의원, 경제통 시민운동가                                                                

                     - 정의당의 이번 당 대표 선거가 큰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작은 당의 선거였지만 선거 과정이 흥미로웠다. 노회찬, 심상정 같은 진보정치의 대표 간판이 경쟁했고, 조성주처럼 새로운 인물이 나와서 새로운 담론도 던졌다. 오랜만에 진보정치가 국민에게 새로워보이는 면을 제공한 것은 맞다. 당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과거 진보 당내 갈등을 유발했던 정파간 줄세우기도 거의 없어졌다."

    -조성주 후보의 인기는 당내에서 어떤 의미인가.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어느 시대 어느 집단에서든 세대 교체는 늘 있어 왔다. 이번에 조 후보를 통해서 나타난 진보정치의 새로운 흐름은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진 목소리고 시도다. 그 자체로 소중하다. 문제의식들이 더 집단화되고 더 적극화돼서 당에 새로운 활력과 열정으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진보정치 1세대에 비해 물리적 연령이 가깝고 경험의 공유 기반이 좀 더 있는 제가 그런 흐름들이 더 적극화되고 당의 새 활력으로 작용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용의가 있다."

    -정의당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낙관적으로 본다. 지나친 낙관일 수도 있지만 정당이 한 번의 선거를 통해서 흥하거나 망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은 풍찬노숙을 많이 해서 단련돼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시기를 거치고 나서도 정의당은 정의당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고 단 한 번의 선거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정당이다. 내년 총선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그게 정의당의 다음 단계의 새로운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에도 의미있게 기여해야 한다."

    ◆ 박원석 정의당 의원

    박원석 의원은 정의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다. 국회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1970년 서울 종로구에서 태어나 유신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사회학과를(1988년 입학) 졸업했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상근활동도 시작했다. 참여연대 시민권리국장, 사회인권국장을 거쳐 2011년까지 협동사무처장으로 일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통합진보당 새로나기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당 쇄신을 추진했으나 좌절하고 탈당해 진보정의당을 창당했다. 진보정의당에서 원내수석부대표, 원내대변인, 정의당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2015년 8월 현재 정의당 경기도당 및 수원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Chosun Biz에서 퍼온 기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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