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피노키오의 코
  • 최고관리자 | 2021.04.12 13:29 | 조회 1211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3번정도 거짓말을 한다

    귀는 닫을 수 없지만 입은 닫을 수 있다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루에 몇 번 할까? 자료를 찾아보니 연구결과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루 평균 3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의 교수는 인간이 하루에 평균 200번 거짓말을 한다는 거짓말 같은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거짓말은 일상을 반영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에서 여주인공은 거짓말을 하면 참지 못하고 곧바로 토해 버린다. '정직한 후보'에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온 여성 국회의원이 할머니의 소원대로 진실만을 말하게 되면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들 장면은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의 변주(變奏)이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거짓말 탐지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거짓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을 말이다. 지금 지구촌에 거짓말과 가짜가 난무하고 있기에 이런 상상을 해봤다. 세계적인 코로나 19 유행 속에서 자선 사업을 열심히 하는 빌 게이츠 부부가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느니 코로나 19는 인구조절용 화학무기라는 등 얼토당토않은 음모론이 퍼졌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정보의 고속도로인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들불처럼 번진다. 거짓말도 여러 번 반복되면 듣는 사람들은 이를 사실처럼 믿게 된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역기능의 문을 열었다.

     

    거짓말은 동서고금의 지도자들이 애용해온 수단이다. 중국의 주 왕조는 자미궁에 사는 '천제(天帝)'라는 가공의 신을 만들어 지배력을 굳혔다. 히틀러의 거짓말은 수많은 목숨을 빼앗았다. 1938년 영국 체임벌린 총리는 체코슬로바키아 국경선 신규 설정에 동의해주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히틀러의 거짓말에 속아 체코의 독일인 거주지를 넘겨줬지만,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유럽에서만 4720만 명이 희생됐다.

     

    4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거짓말을 3573번이나 했다. 지난해 8월 도중 하차한 일본의 아베 전 총리는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이용해 유권자들에게 거액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118번 거짓말을 했다.

     

    우리나라도 거짓말의 청정지역이 아니다. 대전시민의 의견을 무시하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겠다고 했던 여당 대표,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대해 거짓말한 전 법무부 장관, 거짓 해명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뒤흔든 대법원장 등 사회지도층의 거짓말 릴레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회 전반에도 거짓말 문화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있다. SNS상에서는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좀비가 된다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나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9년의 사기·무고·위증 등 국내 거짓말 범죄는 476806건으로 전년보다 12.9%, 2017년 대비 24.6% 늘었다.

     

    이런 우리 사회의 병폐는 국제적인 통계로도 드러나고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카툼연구소가 발표하는 사회자본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167개국 중 139위에 머물렀다. 사회자본은 개인과 개인의 신뢰, 국가 제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가 얼마나 두터워 생산 활동에 도움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무형자산이다.

     

    사회자본이 허약하다는 사실은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이 허비된다는 의미이다. 거짓이 판치게 되면 사회는 응집하는 구심력을 잃고 이탈하려는 원심력만 강해질 뿐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이를 반증한다.

     

    '귀는 닫을 수는 없지만 입은 닫을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정직한 대한민국'을 위해 이제 나부터라도 거짓말하는 입은 다물고, 경청하는 귀는 열어야겠다. 상대의 거짓말은 호랑이의 눈(虎視)처럼 예리하게 쏘아보면서 말이다.

                                                                                                                          (대전 중도일보 3월10일자 전재)

     

    김 용 태(사회85)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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